

단체
2026-01-28 ~ 2026-03-07
박예림, 송지유, 오정민, 이동현, 이희단
무료
02.708.5050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는 《두산아트랩 전시 2026》을 1월 28일(수)부터 3월 7일(토)까지 개최한다. ‘두산아트랩’은 두산아트센터가 시각 예술과 공연 예술 부문의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2010년부터 진행해 온 프로그램으로, 시각 분야에서는 35세 이하의 작가 다섯 명을 공모로 선정해 단체전의 형태로 소개해오고 있다. 이번 《두산아트랩 전시 2026》에는 공모를 통해 선정한 박예림, 송지유, 오정민, 이동현, 이희단이 참여한다.
다섯 명의 작가는 각자의 힘과 고유한 감각을 출발점 삼아, 주어진 세계 안에서 자신만의 장소를 구축한다. 그 장소는 기억과 시간을 통과하며 형성된 흔적이자, 세계와 어긋나는 과정에서 생겨난 균열의 자리다. 이들은 밀려난 자리에서 기묘한 평온을 감각하고, 신체 내부라는 가장 안쪽으로 거주지를 옮기기도 하며, 오류로 규정된 상태 안에서 기존의 정상성을 흔든다. 그렇게 구축된 세계는 견고하게 자리 잡은 질서의 틈새로 스며들며 스스로의 몫을 조금씩 확장해 나간다.
박예림의 작업은 인간의 사용 목적과 관리 체계에서 이탈한 장소를 직접 찾아 나서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오랜 시간 방치된 장소를 신체로 통과하며 마주한 장면과 물질, 흔적을 작업의 토대로 삼는다. 답사에서 발견한 유기물은 작업실로 옮겨져 작품의 뼈대로 만들어지거나 캐스팅되고, 관찰된 표면은 조각과 판화의 피부가 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연과 시간,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상태를 온전히 재현할 수 없음을 전제로 모방과 실패를 반복하며 그 간극을 더듬는다.
이번 전시에서 박예림은 답사에서 마주한 폐허를 멈춰 선 흔적이 아닌, 변화하고 작동하는 과정으로 불러온다. 바닥에 낮게 가라앉은 설치 〈그들은 떠날 것이라고 말했고〉(2025)는 관객이 다가서는 순간 서서히 깨어나고, 집은 하나의 악기가 되어 과거와 현재, 여기와 저기의 시간을 동시에 울린다. 판화 〈습관〉(2025)은 기능하던 신체와 소멸된 신체의 형상을 겹쳐 놓으며, 비워진 내부가 사라진 존재의 기억이 머무는 장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시간의 사건들이 스며들고 이어지는 이 폐허의 장면 속에서, 인간 중심의 시간에서 벗어난 존재들은 각자의 리듬으로 여전히 지속된다.
송지유는 자신을 둘러싼 사물과 공간에 머무르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감각과 몽상을 따라 작업한다. 그는 드로잉, 조각, 글 등 매체의 경계를 두지 않고, 그때마다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해 손을 움직인다. 작업에 사용되는 예사로운 사물과 재료들은 작가의 몸과 시간을 통과하며 기억과 감각이 겹쳐진 몽환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무엇을 남기고 버릴지 미리 정하지 않은 채 쌓고 깎는 반복 속에서 그는 온화하지만 분명한 감각을 남긴다.
이번 작업은 악몽에 시달리던 시절, 어머니가 건네준 작은 라파엘상을 두고 잠들던 기억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곁에서 치유를 행하는 대천사 라파엘은, 나란히 놓인 것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관계의 감각을 환기한다. 윈도우 공간에 설치된 〈무엇을 담을까 (담을까) 무엇을 버릴까 (버릴까) 버렸나 (버렸나)〉(2026)는 사물과 기억, 거리와 위치를 달리하며 이어지는 관계의 흐름을 펼쳐보인다. 전시장 안에 자리한 〈해 찌기〉(2026)는 매일 기록한 햇빛과 손의 움직임을 닮은 소리, 작업대를 쌓아올리며 손의 노동이 작품을 이루는 또 하나의 이야기임을 드러낸다.
오정민은 신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감각을 회화의 언어로 시각화한다. 그의 작업은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온 질병을 겪으며 마주한 몸 내부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몸을 데우는 열감과 수축과 이완의 반복, 세포의 생성과 소멸이 만들어내는 울렁거림은 의도적인 제스처와 물질적 우연이 겹치며 회화적 풍경으로 전환된다.
이번 신작에서 작가는 ‘번지기’와 ‘들어가기’의 운동을 통해 자기 몸과의 거리감을 다시 설정한다. 〈가라앉지 않는〉(2025)에서는 신체 규모를 넘어서는 화면 위에 붓질과 왁스가 뒤엉키며, 몸 내부의 사건들이 표면을 넘쳐 바깥으로 번져 나가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이는 몸이라는 가장 내밀한 장소에서 통제 불가능하게 확장되는 감각을 가시화한다. 반면 〈겹쳐진 곳을 지나〉(2025)에서는 피막을 통과해 더 깊은 내부로 침잠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오정민의 회화는 이해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신체 내부의 리듬을 따라 유동하며, 불완전한 몸이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하나의 감각장으로 확장된다.
이동현은 신체 깊숙이 각인된 기억과 욕망이 안과 밖을 오가는 몸의 연결 구조를 통해 바깥과 접속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내장과 구멍을 통해 은밀하고 수치스럽고 쾌락적인 감각들이 배출되고, 동시에 타인의 흔적들이 흘러 들어와 내 것과 뒤섞인다. 한편 건물 배관에서 연기나 오수가 배출되는 장면을 목격한 그는 보이지 않는 연결 구조가 하나의 몸처럼 작동한다는 것을 인식한다. 출처를 가늠할 수 없게 혼재된 물질들이 파이프를 따라 이동하는 풍경 속에서, 다른 이와 연결되기를 바라는 비밀스러운 소망은 구조를 타고 증식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동현은 이러한 연결 구조에서 착안한 조각 설치와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점화와 배출을 위해 제작된 두 개의 캡슐 장치는 관으로 이어져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몸을 밀어 넣어야만 진입할 수 있는 점화구는 신체를 압박하는 밀폐된 환경을 환기한다. 작가는 이 구조를 손창섭의 단편소설 『인간동물원초』(1955)에 등장하는 감방과 겹쳐본다. 제한된 공간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원초적 충동은 소설 속 인물 ‘주사장’을 호출한 〈주사장의 고백〉(2026)으로 이어지는데, 영상은 관찰자의 시선과 당사자의 시선을 병치해 관찰과 고백을 교차시킨다. 캡슐 내부에서 이어지는 작가의 독백은 억눌렸던 감각과 감정이 발화되어 흔적으로 남는 과정을 드러낸다.
이희단은 동시대 미디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전형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포착하고, 그들이 놓인 환경이 내포한 기묘한 정서와 충돌시킨다. 실사 영상, 2D 애니메이션, 생성형 AI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된 작업 속 인물들은 과장된 제스처와 꾸밈을 통해 극단화된 여성성을 수행한다. 이들은 관습적인 시선을 재현하는 듯 보이지만, 그 내부에서 균열을 일으키며 스스로를 분해한다.
작가는 빠르게 생산·소비되는 동시대 문화 속에서 대상이 어떻게 욕망의 형태로 유통되는지를 탐구한다. 조각 〈Junky Dates〉(2026)는 소비되고 소멸되는 이미지가 잔해처럼 물질화되어 재구성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영상 〈Wreckers〉(2026)는 자동차와 여성을 병치해 자본주의 소비 미학의 구조를 가시화한다. 부품 단위로 해체되어 소진되는 자동차의 생애와 대상화된 채 픽셀 단위로 유통되는 여성의 존재 방식은 서로를 비추며 닮아 있다. 영상은 운전자의 시선, 여성을 관찰하는 관음적 시선, CCTV의 기계적 시선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게임 캐릭터나 모델 등 미디어 규범에 따라 형성된 여성 이미지들은 주어진 역할을 내던지고 이를 전복하는 행동으로 나아간다. 화면 곳곳에 발생하는 기술적 오류와 결함은 폐차 장면의 물리적 에너지와 맞물리며 균열을 발생시킨다.
다섯 명의 작가는 자신의 영역을 과도하게 넓히거나 다른 이를 대신해 말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의 테두리를 살피고 다듬으며 바깥과의 희미한 연결 고리를 만든다. 하고 싶은 일이 의지의 언어로 드러난다면,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은 조건과 관계 속에서 조용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는 섬세하게 주위를 살피고, 불안정하게 변화하는 것들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발끝에 힘을 주어 균형을 유지하는 일과 같이 사려 깊고 정직한 선택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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