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은 베이징대 예술경영 박사과정 skyblueh37@naver.com
인시우전 전시 포스터 ⓒ 촬영 배혜은
베이징 출신의 인시우전(尹秀珍 Yin Xiuzhen, 1963- )은 일상적인 재료를 활용해 개인과 사회가 지닌 기억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현대 여성 예술인이다. ‘중국예술인상’ 수상, 각종 국제 비엔날레에 출품하여 국제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작가이기도 하다.
중국의 심각한 환경 문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제작한 인시우전의 작품 〈강을 씻기〉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2024.9.3-3.3) 전시에서 한국 관객을 만나고 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상하이당대예술박물관(上海当代艺术博物馆)에서도 그녀의 대규모 개인전 《Piercing the Sky》(2024.11.9-2.16)가 열리고 있어 양국에서 동시에 인시우전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인시우전, 〈비행기>, <하늘을 찌르다>, <하늘을 메우다〉 ⓒ 촬영 배혜은
7회 상하이비엔날레에 출품된 바 있는 <비행기>, <하늘을 찌르다(刺天)>, <하늘을 메우다(补天)> 세 작품의 조합은 미술관 메인 홀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농업용 손잡이 트랙터, 상하이에서 제조한 산타나 승용차, 그리고 알루미늄 패널과 일상용품으로 제작된 보잉747 민항기를 접합하여 만든 작품이다.
마치 놀이터의 미끄럼틀처럼 관객이 작품 공간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한 설계가 인상적이며, 비행기의 몸체에서 뻗어 나와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가시를 통해 이동과 확장을 향한 인간의 열망을 떠올릴 수 있다.
인시우전의 작품은 단순히 물질적 형상을 넘어서 철학적이고 내면적인 사유를 자극하며 관객과 깊이 교감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감상할 때 비로소 드러나는 듯하다.